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이 스스로의 생존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순창군이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최종 선정돼 내년부터 모든 군민에게 매달 15만 원씩, 2년간 총 36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게 된 것이다. 전국 49개 군 단위 자치단체가 경쟁한 가운데 최종 7곳만이 선정됐고, 전북에서는 순창군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번 선정은 인구 감소로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농촌 지역이 국가 균형발전의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순창군에는 내년부터 2년간 총 973억 원이 지역경제에 투입된다. 군민 2만7천여 명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금액이기에 이 돈은 곧바로 지역 상권과 생활경제로 흘러 들어간다. 소비가 늘어나면 자영업과 소상공인 매출이 회복되고 다시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기대된다. 순창군이 추진 중인 ‘모두의 햇빛 프로젝트’ 같은 재투자 모델과 연계된다면 단기적 경기부양을 넘어 지속가능한 경제자립의 토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선정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순창군은 지난 5월부터 군수 주재 실무회의를 통해 준비에 착수하고 전국 최초로 전담조직을 신설했으며 관련 조례 제정과 전문가 자문, 주민 의견 수렴까지 체계적으로 진행해 왔다. 생애주기별 보편 복지정책을 이미 실행해 온 행정적 기반도 이번 성과의 밑거름이 됐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결국 농촌의 존속 가능성을 묻는 실험이다. 젊은 세대의 이탈로 공동체가 붕괴되고 있는 농촌 현실에서, 안정적인 소득 보장은 정착과 귀농을 유도하는 최소한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또한 기본소득이 단순한 소비 촉진에 머물지 않고 지역 내 순환경제로 이어지려면 자립형 사업 구조와 생산 인프라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 순창군이 계획한 생활인프라 개선, 사회서비스 확충, 지역공동체 활성화는 그 방향을 잘 짚고 있다.
그러나 실험은 어디까지나 검증을 전제로 한다. 2년간의 시범사업이 끝난 뒤 어떤 변화가 실제로 나타났는지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단기적인 소비 증대에 그친다면 지속성은 담보되지 않는다. 행정의 투명성과 예산 집행의 효율성, 그리고 군민 체감 효과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가 필수적이다. 또한 ‘기본소득이 일자리 의욕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복지와 노동의 선순환이 함께 작동할 때만이 지역 재생이 가능하다.
순창군의 이번 도전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다. 인구소멸 위기 속에서도 ‘모든 군민이 함께 사는 공동체’라는 가치를 현실로 만들려는 실험이다. 중앙정부는 이 실험의 성과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성공 사례가 된다면 전국 농촌으로 확산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순창군 역시 첫 사례라는 상징성에 걸맞게 행정의 정교함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결국 ‘사람이 남는 지역’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순창이 그 가능성을 증명한다면 이는 단 한 지역의 성취를 넘어 대한민국 농촌 재생의 새로운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