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새만금 9조 원 투자가 전북 산업지형을 바꿀 대형 전환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공장 신설을 넘어 인공지능(AI), 로봇, 수소, 재생에너지, 미래형 도시 모델을 한 공간에 집약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단일 기업 투자이자, 새만금을 대한민국 미래산업 실증 거점으로 끌어올릴 상징적 계기로 평가된다.
◇ 새만금서 체결된 9조 투자협약…전북 최대 단일기업 투자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27일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정부, 전북특별자치도와 함께 ‘새만금 로봇·수소 첨단산업 육성 및 AI 수소 시티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를 비롯해 관계 부처 장관, 새만금개발청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정부 부처와 광역 지자체, 민간 기업이 함께 참여한 대규모 투자협약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전북도는 이를 계기로 새만금이 국가 차원의 첨단산업 테스트베드이자 미래산업 플랫폼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는 단기간에 성사된 사업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새만금개발청과 미래 모빌리티 및 AI 기반 스마트시티 관련 협력을 이어왔고, 전북도 역시 새만금의 재생에너지와 대규모 부지, 항만·공항·철도 연계 가능성에 주목해 전략적 유치 활동을 전개해 왔다.
◇ 5대 핵심 사업 동시 추진…AI 데이터센터가 최대 축
현대차그룹의 투자 계획의 핵심은 5개 사업이 하나의 산업 생태계처럼 맞물려 추진된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새만금에 AI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 및 부품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 발전, AI 수소시티를 구축할 계획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은 AI 데이터센터다. 총 5조8000억원이 투입되며, 100MW 규모로 구축된다. 1단계로 GPU 5만장급 연산 인프라를 도입해 자율주행, SDV, 스마트팩토리, 피지컬 AI 개발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게 된다. 새만금의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력비 절감과 탄소중립 운영을 동시에 노린다는 전략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분야에는 약 1조3000억원이 투입된다. 이는 AI 데이터센터와 수전해 설비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기반으로, 현대차그룹은 새만금의 풍부한 일조량과 기존 태양광 사업 경험을 토대로 단계적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친환경 수소 생산의 핵심인 수전해 플랜트에는 1조원이 배정됐다. 200MW 규모로 조성해 연간 3만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새만금 내 수소 모빌리티와 시범도시에 공급하는 구조다. 외부 의존 없이 생산과 소비가 지역 안에서 이뤄지는 ‘지산지소형’ 에너지 체계를 목표로 한다.
로봇 제조 및 부품 클러스터에는 4000억원이 투입된다. 물류·배송용 로봇 등을 연간 최대 3만대까지 양산하는 생산 거점으로 조성될 예정이며, 관련 협력업체와 부품기업의 연쇄 입주 효과도 기대된다.
AI 수소 시티 조성 사업에도 4000억원이 들어간다. 이 사업은 AI, 로봇, 수소 에너지를 실제 생활공간과 도시 운영에 접목하는 미래형 실증 모델로,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를 중심으로 추진된다. 교통, 물류, 안전, 에너지 등 도시 기능 전반에 첨단기술을 적용해 미래형 무공해 도시 표준을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 경제효과 16조원, 고용 7만1000명…전북 산업 생태계 확장 기대
현대차그룹과 전북도는 이번 투자로 약 16조원의 경제유발 효과와 7만1000명 규모의 직·간접 고용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사업은 개별 시설 하나를 짓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에너지·제조·도시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복합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AI 데이터센터가 디지털 인프라의 핵심이 되고, 로봇 제조 클러스터가 생산기지 역할을 하며, 수전해 플랜트와 태양광 발전이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다. 여기에 AI 수소 시티가 실증 무대가 되면서 새만금 전체가 살아 있는 미래산업 시험장이 되는 셈이다.
전북도는 현대차의 이번 투자를 발판으로 새만금을 기업이 가장 투자하고 싶은 산업 플랫폼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전북도는 현대차 투자와 연계해 ‘AI 수소시티’ 조성과 미래산업 중심지 전략을 공식화했고, 총 57조7000억원 규모의 산업 대전환 로드맵도 제시했다.
◇ 전북도, 후속 지원체계 가동…산업 대전환 로드맵 본격화
초대형 투자에 맞춰 지방 행정도 속도전에 돌입했다. 전북도는 협약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행정 체질을 개선했다. 지난 4일부터 ‘공무원 전담 책임제’를 전면 가동했으며, 후속사업의 속도감 있는 대응과 체계적 추진을 위해 현대차 투자 지원 TF팀을 20일자로 신설하였고, 부서별 흩어져있는 과제 전담 팀장과 협업하면서 종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TF팀은 주간 회의를 정례화해 부서 간 쟁점을 즉각 조정하며, 국무조정실 ‘새만금 전북 대혁신 TF’와 긴밀하게 대응하면서 AI·수소·로봇·재생에너지투자 연계 기획ㆍ입지ㆍ산업ㆍ인력ㆍ연구개발 등을 중점 담당한다.
현대차 측과는 전력, 용수, 부지, 교통 등 복잡한 기반 시설 관련 민원을 한 번에 처리하는 원스톱(One-stop) 체계 운영을 위한 핫라인을 구축했다.
부서별 각 팀장은 인허가 절차와 부처 협의, 인프라 지원 상황을 매일 점검한다. 지난 10일에는 전북도 관계자들이 현대차 본사를 직접 방문해 후속 조치 회의를 열고 4개 핵심 분야의 전담 조직 운영 현황과 향후 일정을 조율했다.
규제 및 장애물도 선제적으로 해소하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 2월 25일 특례 조문 18개를 발의한 데 이어, 3월 5일에는 전북특별법 개정안에 특례 조문 23개를 추가 발의해 총 41개의 특례를 확보했다. 로봇 실증 특구 지정, 피지컬 AI 산업 육성, 수소 생산 촉진 지역 지정, 재생에너지 직접 전력 거래, 데이터센터 집적 단지 조성 지원 등이 핵심이다. 4월 중으로 추가 개정안 발의도 준비하고 있다.
공장 가동의 필수 요소인 공업용수 문제도 해법을 마련했다. 현재 군산정수장과 석성정수장을 통해 하루 30만t의 공업용수 공급이 가능하며, 이 중 18만t의 여유량이 있다. 전북도는 타운홀 미팅을 통해 용담댐(일 30만t)과 금강하굿둑(일 30만t)을 추가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여 하루 60만t 이상의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검토를 마쳤다.
◇ 범정부 TF 출범…“3배 빠른 속도로 인허가 마칠 것”
정부도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국무조정실 주도로 ‘새만금·전북 대혁신 TF’가 꾸려져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직접 주재한 이 자리에는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 차관 5명이 배석했으며, 새만금개발청장과 전북도 관계자,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도 함께 자리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리는 신속한 행정 처리를 거듭 강조했다. 김 총리는 “현대차의 이번 투자는 첨단 산업 주도 성장과 지방 주도 성장이 만나는 첫 번째 구체적 출발점”이라고 규정하며, “기존 관행보다 3배 빠른 속도로 행정 절차를 검토해 5월까지 종합 지원 계획을 마련하라”고 부처에 주문했다.
정부는 TF 논의를 거쳐 규제 개선과 세제 혜택, 제도적 인센티브를 총망라한 ‘새만금·전북 대혁신 종합 지원 계획’을 올해 상반기 안에 확정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전북자치도는 이번 9조원 투자를 지역 산업 구조 개편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고, 로봇 제조 클러스터가 지역 제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전망이다. 여기에 수전해 플랜트와 태양광 발전이 에너지를 공급하면 새만금은 자생력을 갖춘 완벽한 미래 산업 거점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미 현대차 협력사를 비롯한 관련 기업들의 후속 투자 문의가 전북도에 줄을 잇고 있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현대차의 새만금 투자가 조속히 현실화할 수 있도록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밀착 지원하겠다”며 “기업의 투자 구체화 단계부터 인허가, 기반 시설 조성, 제도 개선까지 빈틈없이 챙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 TF와 긴밀하게 공조해 새만금과 전북이 대한민국 미래 첨단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하도록 모든 도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정철 기자